전체 글 (44) 썸네일형 리스트형 결혼식 이야기 (1)나 정말 두 번은 못하겠다. 결혼이라는 것을 했다. 정신없이 지나간 하루라 약간 사고 비슷한 것을 당한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남편이 된 남자친구와 꼬박 8개월 간 준비한 대 프로젝트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했다. 이 모든 감정들과 생각들이 날라가기 전에 정리해본다. 결혼식 당일 결혼식 당일이 정신없다는 거야 워낙 누누이 들어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혼식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정신이 없었다. 메이크업 샵까지는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이 피부, 이 헤어가 최선인가를 따져보느라 스트레스를 받을 정신마저 있다. 식장에 도착한 순간부터 시간은 미친듯이 흐르기 시작한다. 나는 첫 타임 예식이라 식이 시작하기 전 커플 사진과 직계 가족 사진을 미리 찍을 수 있었다. 도착해서 짐을 추스리기 무섭게 카메라 4대가 붙어서 ‘이렇게 해.. GUY#5 : 작은 고추는 맵지 않다 2년 전의 나는 정말 미쳐있었구나. 지금보다 두 살이 어렸던 미친 나(년)은 집소개팅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돌이켜보면 내가 한 모든 미친 짓의 시작은 '비정상'을 '낭만'으로 착각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 남자와는 밤 12시가 다 되어갈 쯤 매칭되었다. 난 반쯤 눈을 감고 손가락만 친절한 채로 대화를 시작했다. 매칭된 그 남자는 굉장히 진지했다. 초반 대화가 스무스하게 풀려가자, 그 남자는 대화에 집중을 하고 싶다며 커피를 타온 뒤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해 본격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나의 망할 '고리타분한 진심'은 이런 포인트에 약하다. '어? 이 남자 진심인가?' 생각이 드는 순간, 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내 짝꿍일지도 모를 남자를 위해 노트북 앞에 앉아 본격적인.. 결혼을 앞두고... 너무 오랜만에 글을 쓴다. GUY#4 글을 쓴 날짜를 확인해보니 무려 21년 9월, 1년 4개월 정도 전이고 기가막히게 현재의 남자친구를 만나기 시작한 즈음이다.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느라, 그리고 내가 쓰는 글의 내용이 제법 길티한 터라 한동안 뜸하지 않았나 싶다. 놀랍게도 나는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곧 유부녀가 되는 마당에 이 죄 많은 글을 계속 써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했다. 비록 그 누구도 모르는 숨겨진 공간이지만, 혹시나 이 글을 보고 나를 알아채지 않을까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 결론은, 난 계속 쓴다. 나의 취미는 늘 사랑이었다. 나는 사랑을 통해 나를 알게 되었고 사람을 배웠다. 조금 창피한 경험이었지만 내 '사랑 인생'에서 이 경험들을 빼놓을 수는 없다. 흑화하며 수많은 남자를 만났.. GUY#4 : 남자의 키, 과연 장장(長)익선일까? 흑화한 틴린이와 매치된 사람은 프로필에 아무 정보가 없는 사람이었다. 코드 참 특이하다싶은 유머짤만 가득했다. 경험상 이런 사람들은 '안녕하세요:)' 따위의 젠틀한 인사를 건네지 않는다. 훅 들어와버리는 편. 뒷모습으로 해둔 내 프로필 사진을 보고 건네온 첫 마디는, "머리가 좀 큰 편이야?" 이거 완전 또라이새끼 아니야 낄낄낄-하며 얘기를 나누는데, 의외로 대화가 잘 통했다. 아무런 기대가 없어서였겠지. 집 근처에서 가볍게 치맥이나 하기로 했다. 만나기 전 들은 그에 대한 정보는 첫째, 키가 무지 크다는 것. 190이랬나 195랬나, 아무튼 내가 태어나서 처음 접해보는 레베루의 키였다. 둘째, 머리를 빡빡 깎았다는 것. 꽤나 놀았던 과거 시절을 지나, 지금은 모든 것에 초연해져 머리 깎고 아르바이트나 .. 연인 사이에서 기념일이란? (feat. 서른살 생일) 서른 살의 4분의 1도 호로록 지나가버렸고, 곧 내 생일이다. 나에겐 어렸을 때부터 계속 되어온, 꽤나 유서 깊은 '생일의 저주'가 있다. 평소에는 단세포마냥 행복한 편이지만 유독 생일날에 울적해진다. 인간이라면 모두 하나씩 가지고 있는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생일이다. 하지만 조금은 특별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아니 특별하게 보내야하지 않을까?-하는 기대와 강박이 뒤엉켜, 난 매년 빠짐없이 실망의 구렁텅이에 빠지곤 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했던 생일들은 내 환상만큼은 로맨틱하지 않았다. 생일이 평일이면 퇴근시간 때문에 당일에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근사한 식당에는 데려갔지만 케익과 꽃다발은 없어서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나' 묘하게 서운했던 적도 있었다. 아, 대충 집 근처 고기집에서 .. GUY#3 : (2)내가 도무지 포기가 안되는 '이 것' "ㅋㅋ 그래서 오빠가 한 그 동아리 이름이 뭐였는데?" 그래, 이제서야 솔직히 말해본다. 저 질문엔 검은 속내가 있었다. '너는 어느 대학 출신이니?'라고 대놓고 물어보는건 너무 천박하다 생각했고 동시에 그걸 묻어두고 가기엔 난 제법 속물적이었다. 대학교 동아리를 빌미로 당신의 캠퍼스 생활, 정확히 말하면 '어느 곳에 위치한' 캠퍼스 생활이었는지 캐보고자 하는 꿍꿍이였다. 거의 반년이 지난 지금 그 분의 답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시덥지 않은 동아리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은 뒤, 바로 다시 걸려온 통화 내용은 기억난다. "너가 그걸 물어본 이유를 왠지 알 것 같아서.." - 뜨끔. "(가증스럽게)웅? 뭐?" "너도 궁금할 것 같으니까 말해줄게. 난 ㅇㅇ대학교, ㅇㅇ캠퍼스야"(나름 이름있는 학.. 내일이 오면 사라져 버릴 것들에게 더이상은 정을 주지 말자 과거의 틴더남들을 주욱 정리하고 있다. 저번 주 일요일에 GUY#3을 마무리했어야 하는데, 현재의 틴더남 때문에 조금 씁쓸해져 잠시 현재에 집중해보려 한다.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에게 또 정을 줘버린 내가 놀랍다. 이 정도면 정말 다정도 병이다. 틴더 프로필에 간단한 영어라도 써뒀다하면 영어로 첫인사가 종종 오곤 한다. 이 친구와도 영어로 대화를 조금 주고 받다가 금세 바닥이 드러나버려 한국말을 섞어가며 얘기했다. 점점 더 끝이보이는 영어가 답답할 무렵, '너 한국어를 읽을 수는 있지?'라고 물었더니 '엥 나 한국인인데' 이렇게 답이 온다. 우리 뭐했냐며 낄낄거리며 카톡으로 넘어갔다. 강아지 얘기로 주접을 떨다가 이야기가 재미없어질 쯤 전화통화를 했다. 첫 통화는 틴더다웠다. 폰섹 비스끄리무리하게 흘러갔는.. GUY#3 : (1) 나도 누군가에겐 썅년이다 고스펙쌍놈 이야기를 신이 나서 하는 걸 보니, 인간은 역시 자기가 준 상처보다는 받은 상처에 대해 떠들게 더 많은 모양이다. 고로 GUY#3에 대해선 시무룩하게 얘기할 듯하다. 일단 기본 정서=자기 반성. 틴더로 세 명은 만나보자는 다짐에 따라 찢어진 가슴을 추스리자마자 다시 틴더를 깔았다. 남자 하나 보자고 강 건너 물 건너 갈 마음의 힘이 남아 있지 않았던 나는 3km 동네 친구를 스와이프 했다. 참 틴더가 재밌는게, 99%의 대화가 "안녕하세요"로 시작되지만 그 이후의 흐름은 천차만별이다. 어디 사세요, 밥은 드셨나요 하는 똑같은 대화가 매너있게 느껴질 때도 있고 진부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 당시 나의 기분, 상대방의 사진을 보고 내가 마음대로 상상해버린 이미지 같은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다..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