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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GUYS I M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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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Y#9 : (2) 내가 맹신하는 '100일의 기적'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었다. 침대에 누워 몇 시간 동안 이야기만 해도 정신없이 웃느라 시간이 갔고, 길거리만 걸어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운한 감정이 자주 들기 시작했다. 왜 나만 그 사람 집 앞으로 찾아갈까. 왜 말을 저렇게 할까. 달력을 보니 사귄 지 60여 일. ‘기가 막히네.’ 100일의 기적, 나는 그 정확함에 혀를 내둘렀다. 여러 사람을 만나며 나 혼자 은밀하게 만든 규칙이 있다. 모든 관계에 100일의 수습 기간을 둘 것. 100일 전까지는 관계가 안정되지 않을 테니 긴장하고 마음을 주고받자는 취지다. 앱에서 만나게 되면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빠르게 사귀게 된다. 스쳐 지나갈지도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온 마음을 던져 만나다 간 심신이 너덜너덜해질 거라, 나름대로 만들어낸..
GUY#9 : (1) 앱에서 만난 마지막 남자친구 틴더에 발붙이지 못한 틴린이는 튤립에서 새롭게 출발하고자 했다. 튤립에서는 상대에 대한 정보가 많이 제공된다. 물론 나의 정보도 그만큼 제공해야 한다는 뜻. 출신 대학교와 직장 정보를 아예 공개했던 것 같고, (조금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거린다) ‘가치관 소개팅'이라는 캐치 프레이즈에 걸맞게 가치관에 대한 다양한 질문에 대답해야했다. ex. 쉬는 날 집에서 노는 걸 선호한다 vs 야외 데이트를 하는 걸 선호한다 자기소개 분량 역시 상당했던 걸로 기억한다. 여러모로 틴더보다는 정성이 많이 필요한 앱이다. 이러한 정보를 텍스트로 먼저 접한 후 서로 ok를 보내면 그제서야 코딱지만한 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 이제 틴더에서 남자들을 만나며 깨달아 온 것, 정확히 말하면 ‘나의 취향에 대한 깨달음’을 몽땅 ..
GUY#8 : (2) 사랑의 완성은 결혼일까? “근데 넌 결정사에서 만나도 결혼해서 잘 살 것 같아.“ ”나도 그럴 것 같아 ㅋㅋ“ 그 자리에서는 순간적으로 유쾌하게 받아쳤다. 그러나 집에 돌아온 후 그 말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아있었다. ‘저 사람은 나와의 미래는 전혀 생각도 하지 않는구나.’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아무리 쿨한 성격이어도, 우리가 결혼을 염두에 둔 관계는 아니라 할지라도, 서로 좋아해서 만나고 있는 사이에 저런 이야기를 상대에게 하는건 예의의 문제 아닐까’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었다. 일주일 넘게 속으로 곱씹다 나는 결국 오빠에게 말했다. “내가 오빠랑 결혼 하려고 만나는 건 아니지만, 나랑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이랑 계속 만날 이유는 없는 것 같아.” 돌이켜봐도 저 말이 나의 마음을 가장..
GUY#8 : (1) 여자친구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 남자를 만날 때 모든 조건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이목구비가 진하지 않은 내 스타일의 얼굴. 큰 키.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까지. 옷을 벗고 의자에 나른하게 누워있을 때는 다비드상 몸매 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깊은 고민과 열정도 있었다. 나와 만나기 얼마 전 이직을 했고, 주말에도 취미삼아 코딩을 한다고 했다.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이 확고했다. 훌쩍 캠핑을 떠나곤 했고, 매일 아침 5키로를 뛰거나 헬스를 했다. 음악에도 그만의 취향이 있었다. 빔프로젝터에 라이브영상을 틀어놓고 거실의 캠핑 의자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것이 그의 휴식방법이었다. 그는 몸과 마음이 ’너무‘ 건강한 사람이었다. 자신감이 굉장했고 자신만의 확실한 페이스가 있었다. 아마 그는 단 한번도 내 눈치를 본 적이 없을 것이다..
GUY#7 : (2) '노잼'은 너의 문제일까, 내 마음의 문제일까? 그렇다. 그는 평범한 직장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건강상태였다. 내가 구구절절 적어둔 ’적당한 사람‘의 조건 중 건강은 없었다. 아니 솔직히 너무 당연한 조건 아닌가? (눈 두 개, 팔 두 개 처럼!) 그러나 나이를 먹어갈수록 느끼는 바와 같이, 건강은 당연하지 않다. 습관적으로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일 뿐. 똑똑한 척 온갖 조건을 따져댔지만, “네가 자가면역질환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 헤어져”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현재의 그는 아무튼 일을 하고 있고, 나와의 데이트를 하는데도 문제가 없기 때문이었다. 당장 결혼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도 아니었기에 찝찝하게 그와의 만남을 이어가던 중, 더 큰 문제가 드러났다. GUY#7은 노잼이었다. 노잼 애인에게 당해본 사람들이라면 이게 얼마나 심각한 문..
GUY#7 : (1)모든 것이 적당한 그에게 없는 두 가지 ‘적당하다는 것’의 함정 평범하고 적당하다는 것, 언뜻 얼마나 쉬어보이는가?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만한 기만이 없다. 자, 내가 생각한 ’적당하다‘라는 것의 정의다. 1) 학벌은 인서울의 서성한 이상일 것 2) 키는 173 이상일 것 3) 얼굴은 키스 가능한 정도일 것 4)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며, 일정수준 정도의 (나 정도) 월급을 벌 것 5) 집안이 가난하지 않을 것 (기본적인 노후 보장이 되어있을 것) 6) 성격이 좋을 것 대충 모두 50%의 확률이라고만 쳐도(사실 그 보다 더 적은 확률일 것이다) 6개의 조건을 곱하면 1%의 확률이 나온다. 게다가 그 사람과 사랑에 빠져야 한다니, 난 적당한 사람을 찾는 척 하며 결국 기적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틴더를 결정사처럼 사용하는 사람이 있..
GUY#6 : (2)BDSM이요? SM엔터와 관련있나요? 그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나의 ‘성 취향’을 한번도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런 것을 꺼리는 편은 아니었고, 오히려 관심만은 굉장히 많은 편이었다. (야동을 일찍 접했고 꾸준히 감상해오고 있다.) 그러나 '행위 그 자체'를 즐기지는 않았다. 오직 애인끼리만 할 수 있는 행위이니, 열심히 즐겨보자- 정도의 마음가짐이었다. 분위기가 잡히면 적당한 애무 후에 본 게임을 하는, 그런 상식적인 일련의 과정을 겪어왔다. 20대 초반에는 허접스러운 수갑을 하나 사와서 낄낄거리며 차보기도 했었는데, 그게 나의 취향이 되진 않았다. 수갑은 딱 한 번 사용된 후, 서랍 깊숙한 곳(혹은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혹시.. 성향이 있어? 나는 조금 거친 걸 좋아하거든.” 포문을 연 그가 나에게 전달해준건 본인의 성향..
GUY#6 : (1)이상형이 마동석인 건에 대하여 내 이상형은 마동석이다. 사실 마동석은 이상형과 중에서도 조금 하드한 편에 속하고, 유사한 인물을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 하정우 (중학교 때 이후 가장 오랜 기간 빠져있었던 인물. 무려 '추격자'를 보고 빠져버렸다) - 조진웅 ('끝까지 간다'의 등장씬을 잊을 수가 없다) - 손석구 ('범죄도시2'의 최대 글래머) 대충 느낌이 오실텐데... 그렇다. 나의 이상형은 더티마초맨이다. 털이 부숭부숭 나있는 편이면 오히려 좋다. 아쉬운 건 이러한 남자 상은 현실에서 보기 어렵다. 꽃미남 급으로 희귀하다. 그런데! 중학생 때부터 더티마초맨을 동경해온 내 눈 앞에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턱수염이 얼굴 면적 넓게 나있고, 적당히 살집이 있으면서도 각이 살아있는 턱라인, 제법 덩치가 커보이는 몸. 난 그렇게 틴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