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더에 발붙이지 못한 틴린이는 튤립에서 새롭게 출발하고자 했다.
튤립에서는 상대에 대한 정보가 많이 제공된다.
물론 나의 정보도 그만큼 제공해야 한다는 뜻.
출신 대학교와 직장 정보를 아예 공개했던 것 같고, (조금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거린다)
‘가치관 소개팅'이라는 캐치 프레이즈에 걸맞게 가치관에 대한 다양한 질문에 대답해야했다.
ex. 쉬는 날 집에서 노는 걸 선호한다 vs 야외 데이트를 하는 걸 선호한다
자기소개 분량 역시 상당했던 걸로 기억한다.
여러모로 틴더보다는 정성이 많이 필요한 앱이다.
이러한 정보를 텍스트로 먼저 접한 후 서로 ok를 보내면 그제서야 코딱지만한 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 이제 틴더에서 남자들을 만나며 깨달아 온 것, 정확히 말하면 ‘나의 취향에 대한 깨달음’을 몽땅 적용해볼 차례다.
나와 비슷한 학벌, 체크.
착실하게 돈벌이를 하고 있을 것, 체크.
최소한의 남자다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신체적인 조건일 것, 체크. (대충 키가 173 정도는 되면 좋겠다는 뜻)
이렇게 써놓고 보니 굉장히 눈이 높아보이지만, 아무튼 빠지는 것 없이 두루 평범할 것.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까다로운 조건으로 거르고 걸러 원하는 조건의 사람을 찾아낸 후에도, 나는 작은 사진에 뜬 얼굴을 보고 화들짝 놀라 수락을 거절한 경우가 많았다.
저런 조건에 얼굴까지 평균 이상이어야 한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염치가 없다.
난 얼마나 완벽하길래 뭐 하나 포기를 못하는 걸까.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봐도 결과는 똑같다. 저 얼굴에는 도저히 뽀뽀를 할 수가 없는걸 엉엉...!
일주일 정도 흐른 후에 한 사람을 만났다.
평범하게 이야기를 시작했고 자연스레 카톡으로 넘어왔다.
두루 평범했고 나와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지쳐있는 와중 또 마음 한켠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이 사람인가? 이번에야말로 진짜인가?’
우린 판교에서 만나서 삼겹살에 소주를 먹었다.
내 생각보다 키가 좀 작았지만 말갛게 소년같은 얼굴이었다.
분위기가 좋아 2차에서는 와인까지 마셨고, 소주에 와인까지 섞여 나는 첫날부터 제법 취했다.
얼레벌레 정신없이 헤어진 후 다음날 우린 다시 만났고 바로 사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그는 내가 앱에서 만난 마지막 남자친구가 되었다.
희망엔딩일지, 절망엔딩일지는 다음 편에서 확인하세요.
👉🏻GUY#9 : (2) 내가 맹신하는 '100일의 기적' 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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