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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GUYS I MET

GUY#9 : (1) 앱에서 만난 마지막 남자친구

틴더에 발붙이지 못한 틴린이는 튤립에서 새롭게 출발하고자 했다.

튤립에서는 상대에 대한 정보가 많이 제공된다.
물론 나의 정보도 그만큼 제공해야 한다는 뜻.
출신 대학교와 직장 정보를 아예 공개했던 것 같고, (조금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거린다)
‘가치관 소개팅'이라는 캐치 프레이즈에 걸맞게 가치관에 대한 다양한 질문에 대답해야했다.
ex. 쉬는 날 집에서 노는 걸 선호한다 vs 야외 데이트를 하는 걸 선호한다
자기소개 분량 역시 상당했던 걸로 기억한다.

여러모로 틴더보다는 정성이 많이 필요한 앱이다.
이러한 정보를 텍스트로 먼저 접한 후 서로 ok를 보내면 그제서야 코딱지만한 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 이제 틴더에서 남자들을 만나며 깨달아 온 것, 정확히 말하면 ‘나의 취향에 대한 깨달음’을 몽땅 적용해볼 차례다.
나와 비슷한 학벌, 체크.
착실하게 돈벌이를 하고 있을 것, 체크.
최소한의 남자다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신체적인 조건일 것, 체크. (대충 키가 173 정도는 되면 좋겠다는 뜻)
이렇게 써놓고 보니 굉장히 눈이 높아보이지만, 아무튼 빠지는 것 없이 두루 평범할 것.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까다로운 조건으로 거르고 걸러 원하는 조건의 사람을 찾아낸 후에도, 나는 작은 사진에 뜬 얼굴을 보고 화들짝 놀라 수락을 거절한 경우가 많았다.
저런 조건에 얼굴까지 평균 이상이어야 한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염치가 없다.
난 얼마나 완벽하길래 뭐 하나 포기를 못하는 걸까.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봐도 결과는 똑같다. 저 얼굴에는 도저히 뽀뽀를 할 수가 없는걸 엉엉...!

일주일 정도 흐른 후에 한 사람을 만났다.
평범하게 이야기를 시작했고 자연스레 카톡으로 넘어왔다.
두루 평범했고 나와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지쳐있는 와중 또 마음 한켠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이 사람인가? 이번에야말로 진짜인가?’

우린 판교에서 만나서 삼겹살에 소주를 먹었다.
내 생각보다 키가 좀 작았지만 말갛게 소년같은 얼굴이었다.
분위기가 좋아 2차에서는 와인까지 마셨고, 소주에 와인까지 섞여 나는 첫날부터 제법 취했다.
얼레벌레 정신없이 헤어진 후 다음날 우린 다시 만났고 바로 사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그는 내가 앱에서 만난 마지막 남자친구가 되었다.

희망엔딩일지, 절망엔딩일지는 다음 편에서 확인하세요.

 

 

 

 

👉🏻GUY#9 : (2) 내가 맹신하는 '100일의 기적' 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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