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넌 결정사에서 만나도 결혼해서 잘 살 것 같아.“
”나도 그럴 것 같아 ㅋㅋ“
그 자리에서는 순간적으로 유쾌하게 받아쳤다.
그러나 집에 돌아온 후 그 말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아있었다.
‘저 사람은 나와의 미래는 전혀 생각도 하지 않는구나.’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아무리 쿨한 성격이어도, 우리가 결혼을 염두에 둔 관계는 아니라 할지라도, 서로 좋아해서 만나고 있는 사이에 저런 이야기를 상대에게 하는건 예의의 문제 아닐까’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었다.
일주일 넘게 속으로 곱씹다 나는 결국 오빠에게 말했다.
“내가 오빠랑 결혼 하려고 만나는 건 아니지만, 나랑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이랑 계속 만날 이유는 없는 것 같아.”
돌이켜봐도 저 말이 나의 마음을 가장 잘 설명해주었다고 생각한다.(그래도 할 말은 하고 헤어졌구나…!)
만난지 3개월만에 그와의 결혼을 생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와의 미래를 전혀 그리고 있지 않은 사람이 현재의 연애에 어떤 태도인지 그제서야 실감이 났고, 또 그 생각을 상대에게 입 밖으로 꺼내는 무신경함에 확 질려버렸다.
사랑의 완성은 결혼일까.
이미 결혼을 한지 6개월 정도 되었지만 난 여전히 ‘1차 완성’ 정도는 되지 않을까-하는 고리타분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결혼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상대와의 예쁜 미래를 꿈꾸고 있고, 그 미래에 닿기 위해 현재의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끝이 있는 관계에서 마음은 확 헐거워진다. 한 때 만나고 말 사람에게 얼마만큼의 정성을 쏟겠는가.
GUY#8을 만나며 느꼈다.
조건이 얼마나 잘났건 간에 결국 ’사랑하는 마음‘ 없이는 다 무용지물이라는 걸.
-- 번외 --
드라이브를 뒤지다가 그에게 이별을 고했던 마지막 통화가 녹음된 파일을 발견했다.
속상한 마음을 주절주절 털어놓을 동안 그는 별 말을 하지 않았다.
"많은 30대 초반의 남자들이 그러겠지만... 난 아직 진지한 관계를 가질 여유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어."
그의 삶의 계획을 존중한다고 말하고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다.
(이 이후로도 30대 여자와 30대 남자의 관계에서의 속도 차이를 자주 느끼게 되는데, 이 부분은 나중에 개별 주제로 한번 다뤄보려 한다.)
재미로 혹은 심심풀이로 틴더를 했던 초반과 달리 나는 점점 짝꿍 찾기에 진심이 되어갔다.
내면이 괜찮은 사람을 과연 앱에서 만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고 이 때, ’튤립‘이라는 앱으로 넘어가게 된다. 외모나 조건보다 서로의 가치관을 우선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UI의 서비스라고 했다.(믿거나 말거나!)
그리고 그 곳에서 마지막 앱 남자를 만나게 된다.
👉🏻GUY#9 : (1) 앱에서 만난 마지막 남자친구 로 이어집니다.
'LOVE > GUYS I MET' 카테고리의 다른 글
GUY#9 : (2) 내가 맹신하는 '100일의 기적' (3) | 2023.10.10 |
---|---|
GUY#9 : (1) 앱에서 만난 마지막 남자친구 (0) | 2023.10.07 |
GUY#8 : (1) 여자친구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 남자를 만날 때 (0) | 2023.07.15 |
GUY#7 : (2) '노잼'은 너의 문제일까, 내 마음의 문제일까? (1) | 2023.07.13 |
GUY#7 : (1)모든 것이 적당한 그에게 없는 두 가지 (0) | 2023.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