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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GUYS I MET

GUY#7 : (2) '노잼'은 너의 문제일까, 내 마음의 문제일까?

그렇다. 그는 평범한 직장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건강상태였다.

내가 구구절절 적어둔 ’적당한 사람‘의 조건 중 건강은 없었다. 아니 솔직히 너무 당연한 조건 아닌가? (눈 두 개, 팔 두 개 처럼!)

그러나 나이를 먹어갈수록 느끼는 바와 같이, 건강은 당연하지 않다. 습관적으로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일 뿐.

 

똑똑한 척 온갖 조건을 따져댔지만, “네가 자가면역질환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 헤어져”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현재의 그는 아무튼 일을 하고 있고, 나와의 데이트를 하는데도 문제가 없기 때문이었다.

당장 결혼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도 아니었기에 찝찝하게 그와의 만남을 이어가던 중, 더 큰 문제가 드러났다.

 

GUY#7은 노잼이었다.

노잼 애인에게 당해본 사람들이라면 이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이해할테지.

 

남친이 노잼일 때는 시공간이 뒤틀린다.

 

우선 그와 데이트 할 때 시간이 너어어어무 느리게 간다. 카페 같은 곳에서 두시간 정도 같이 있었나- 싶어 시계를 보면, 꼴랑 40분이 흘렀을 뿐이었다. 함께 있는 시간이 고역이다보니, 짬을 내서 나를 보러온다는 것도 달갑지가 않았다.

 

티키타카가 되지 않으니 연락도 귀찮아진다. 날씨가 추우니 옷을 잘 입으라는 말, 피곤하니까 화이팅하라는 말, 오늘 하루도 힘내자는 말도 한 두 번이지, 소개팅에서 두 번 정도 만난 수준의 대화가 지속되다보니 나중에는 카톡이 온 걸 봐도 바로 읽지 않았다. 

 

마음이 이쯤 되면, 난 상대방의 눈을 마주치는 것을 힘들어 한다. 같은 공간에 나란히 앉아서도 늘 먼 곳의 풍경만 본다. 상대에게 유독 못되게 굴기도 한다. 말로 면박을 주고 스킨십을 피한다. 이별을 고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그의 심각한 건강의 결함을 고민할 단계에 가보지도 못하고, 나는 노잼의 벽에 부딪혀 그렇게 GUY#7과 헤어졌다.

 

--번외--

이별을 고할 때, 그에게 우리의 대화가 재미가 없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물론 둥글둥글 하게 말했다. ‘조금’, ‘그랬던 것 같아’ 등의 쿠션어를 덕지덕지 붙여서.)

 

그의 대답이 의외였는데, 놀랍게도 그는 우리의 대화가 노잼이라고 단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나는 늘 감정은 쌍방이라고 생각해 온 사람이다. 내가 부정적이면 상대도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믿어왔다. 그래서 내심 그도 우리의 관계가 노잼이라는 걸 알지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종의 이유로 그는 계속 노력하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아무튼 그는 우리의 관계에서 아무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고, 그래서 나의 이별고백에 제법 놀란 눈치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는 나와 코드가 아예 다른 사람이었지 않나 싶다. 대화의 코드를 포함해, 관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코드까지 몽땅 다른 사람.



GUY#7과 헤어진 뒤, 나는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사람을 찾아나선다.

그리고 기어코 또 찾아내고 만다.

꾸준한 운동으로 다져진 몸, 큰 키,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까지 모두 갖춘 GUY#8을…

 

 

 

👉🏻GUY#8 : (1) 여자친구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 남자를 만날 때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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