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 그래서 오빠가 한 그 동아리 이름이 뭐였는데?"
그래, 이제서야 솔직히 말해본다. 저 질문엔 검은 속내가 있었다. '너는 어느 대학 출신이니?'라고 대놓고 물어보는건 너무 천박하다 생각했고 동시에 그걸 묻어두고 가기엔 난 제법 속물적이었다. 대학교 동아리를 빌미로 당신의 캠퍼스 생활, 정확히 말하면 '어느 곳에 위치한' 캠퍼스 생활이었는지 캐보고자 하는 꿍꿍이였다.
거의 반년이 지난 지금 그 분의 답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시덥지 않은 동아리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은 뒤, 바로 다시 걸려온 통화 내용은 기억난다.
"너가 그걸 물어본 이유를 왠지 알 것 같아서.." - 뜨끔. "(가증스럽게)웅? 뭐?"
"너도 궁금할 것 같으니까 말해줄게. 난 ㅇㅇ대학교, ㅇㅇ캠퍼스야"(나름 이름있는 학교의 '지방'캠퍼스였다.)
- "ㅎㅎ 난 진짜 그냥 물어본건데! 알았어어."
이 짧은 통화로 말랑말랑했던 내 마음은 급히 짜게 식기 시작했다.
그렇습니다, 난 학벌을 보는 여자예요. 아무도 시키지 않은 변명을 늘어놓자면, 제가 소위 말하는 SKY출신으로 학벌이 좋기 때문입니다. 뭐 나한테 없는걸 남자한테 얻고자 하는 그런 야비한 마음은 분명 아닌 겁니다.
이전에는(GUY#3을 만날때만 해도) 내가 학벌을 본다는 사실을 부정했었다. 운 좋게 얻게 된 걸 잣대로 삼아 상대를 판단하는 내 모습이 멋있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산적, 속물적인 것에 큰 거부감이 있다.
하지만 이제 당당히 말한다. 난 남자를 따지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학벌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난 비슷한 사람을 만나야 행복할 확률이 높다고 믿는 편인데, 학벌은 그 확률을 많이 높여준다. 의외로 학벌은 한 인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가장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중학교 즈음부터 열심히 공부하며 목표에 매진한 나의 과거. 대학교를 졸업한 뒤 나름 괜찮은 회사에 입사하여 열심히 일하고 있는 나의 현재. 그동안 몸에 배인 성실함과 뭐든 열심히 배우고자 하는 태도를 통해, 꽤나 나쁘지 않게 펼쳐질 나의 미래. 직업, 연봉, 성실성 등을 통해 남자의 조건을 가늠한다고 할 때 학벌은 이 모든 걸 아우를 수 있는, 그런 엄청나고도 간편한 잣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역시 거의 반년이 지난 지금, 내가 무슨 핑계를 대며 그 분을 밀쳐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그 통화가 그 분과의 인상깊었던 마지막 에피소드였다.
그리고 틴더에서 남자 세명을 만나고도 짝꿍을 찾지 못한 나는 결국 흑화하였다. 이제는 순수하게 '재미'만을 좇아 틴더를 하기 시작하는데...
👉🏻 GUY#4 : 남자의 키, 과연 장장(長)익선일까? 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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