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펙쌍놈 이야기를 신이 나서 하는 걸 보니, 인간은 역시 자기가 준 상처보다는 받은 상처에 대해 떠들게 더 많은 모양이다. 고로 GUY#3에 대해선 시무룩하게 얘기할 듯하다. 일단 기본 정서=자기 반성.
틴더로 세 명은 만나보자는 다짐에 따라 찢어진 가슴을 추스리자마자 다시 틴더를 깔았다. 남자 하나 보자고 강 건너 물 건너 갈 마음의 힘이 남아 있지 않았던 나는 3km 동네 친구를 스와이프 했다.
참 틴더가 재밌는게, 99%의 대화가 "안녕하세요"로 시작되지만 그 이후의 흐름은 천차만별이다. 어디 사세요, 밥은 드셨나요 하는 똑같은 대화가 매너있게 느껴질 때도 있고 진부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 당시 나의 기분, 상대방의 사진을 보고 내가 마음대로 상상해버린 이미지 같은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틴더유저- 특히 남성분들, 대화가 끊겨버렸을 때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평범하디 평범했을 GUY#3과의 대화가 그 날은 편안했던 것 같다. 동네친구의 묘미는 벙개. 매칭된 다음 날, 점심시간을 쪼개어 집 앞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했다. 메신저 대화가 얼마나 편했던 건지 "집앞에서 만날 땐 쪼리가 국룰인거 알지?"라며 상대에게 쪼리를 강권했었다.
외모는 마음에 꼭 들지도 않았고 썩 안 들지도 않았다. 대신 아주 편안했다. 상대가 날 더 마음에 들어하는게 눈에 훤히 보여서 더 그랬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상대방의 온도가 나보다 뜨거운 걸 알게 되는 순간, 난 조금 더 서늘해졌다.
등골 서늘하게 말했지만 우리는 한동안 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가 한참 러닝에 빠져있을 때였다. GUY#3은 우리동네 러닝크루였고, 우리는 무슨 운동을 하기 위해 만난 사람들처럼 조금만 더!를 외치며 겁나게 뛰었다. 땀 범벅이 되어 숨 차서 죽을 것 같아하면서도 끝까지 같이 뛰었다. 저녁엔 동네 삼겹살 맛집에 가고 주말엔 근교로 드라이브도 갔다. 딱 틴더 광고에 나오는 건강한 동네 친구 느낌.(하지만 여러분, 아시죠? 남녀 사이에 그냥 친구는 없다는 것😉)
마음 졸일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그 날 저녁도 전화로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사소한 공통점을 발견하며 기뻐하고, 전혀 다른 삶에 신기해하는 그런. 이야기는 소소하게 흘러 대학교 동아리 활동으로까지 이어졌다.
"ㅋㅋ 그래서 오빠가 한 그 동아리 이름이 뭐였는데?"
그리고 놀랍게도 이 질문 하나로, 평화로왔던 GUY#3과의 관계가 쫑나버리게 된다.
👉🏻 GUY#3 : (2)내가 도무지 포기가 안되는 '이 것' 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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