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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GUYS I MET

GUY#2 : (1)완벽한 남자가 나를 좋아할 땐 의심해보아야 한다

자, 솔직해지자. 틴더 GUY #1에게 고마운 것과 별개로 내가 그를 거절한 데는 꽤 세속적인 이유가 있었다. 나보다 어림 = 일하는 남자에게서 오는 섹시함 부족, 경제적인 매력 부족. 내가 꽤나 고스펙이니 당신도 고스펙이었으면 좋겠다는 재고 따지는 마음. 틴더에서 남자 찾으면서도 참 이것 저것 바라는게 많았었네. 

 

여기서 잠깐 틴더 꿀(?)팁. 틴더 프로필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1) 헐벗은 섹시가이 : 다짜고짜 복근을 보여줌.

2) FWB 구인남 : 뭔가 비밀스러워보이는 사진. 아리송한 자기소개. '가볍지만 가볍지 않아요'(멍멍)

3) 성향자 : 모두 입을 모아 위생을 철저하게 지킨다고 함. 단언컨대 코로나 시대의 애국자.

4) 해외출신 교포st : 국기 이모티콘과 함께 대자연과 찍은 사진 다수 보유.

그리고 5) 멀끔해보이는 고스펙남 : 주로 finance 라고 써져있음. 높은 확률로 머리를 무스로 예쁘게 정돈함. 운동하는 사진 + 파인다이닝 사진.

 

틴더에 쓸데없이 진심이었던 틴린이는 다음 GUY로 고스펙남을 찾기 시작했고, 그렇다. 5번 고스펙남과 매치가 되어버린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4번과 5번이 합쳐진 남자였다. 군침이 싹 도는 스펙이었다.

 

청담 이자카야에서 만나기로 했다가, 갑자기 삼겹살이 당긴다며 강남의 고깃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해외출신 교포st 고스펙남과의 첫만남 장소로 조금 부적절하지 않나, 갸웃했지만 한국인은 삼겹살이지- 교포남이 삼겹살 좋아할 수 있지- 하며 납득했다. 근데 이 자식, 거의 30분을 늦었네? 삼겹살집에서 혼자 30분을 기다린 적은 처음이었다. 해외출신교포스트고스펙남이면 다야? 열이 슬슬 오를 무렵, 그 분이 등장하셨는데.

 

합격. 응 합격!

사진보다 훨씬 샤프한 외모에 웃음이 빙글 절로 났다. 뻔한 질문 얘기를 하면서도 즐거웠다. 심지어 주문 미스가 생겨 한참을 삼겹살집에 있었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어디 갈까요?" 했더니 "강남 오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서 한강에 드라이브 가면 어떨까 했어요" 란다. 틴더 두번만에 이런 대어를 낚다니, 난 역시 럭키걸- 생각하며 삼겹살 집을 나왔다.  아, 둘 다 초콜릿을 좋아하는 걸 알게되어 초콜릿 케익도 한조각 나눠 먹었다.이건 운명이지,하며 드라이빙을 하러 가기로 했는데,

 

외제차 오픈카네? ㅎ.. (참고로 태어나서 처음 타보는 오픈카였답니다)

날이 딱 좋았고 난 강남 한복판을 오픈카로 달리며 생전 처음 맛보는 허세감을 즐겨보았다. 한강에 도착해서 편의점에서 음료를 사서 자리를 잡았다. 맥주에 취기가 살짝 올라서 꽤 진솔한 얘기도 했다. 엄마가 아팠던 이야기, 내 꿈 얘기 등등. 좋아하는 음악을 추천하며 같이 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새벽 1시. 아이고 너무 늦었다, 택시를 잡아탈 생각으로 앱을 켜서 보고 있었더니 데려다 준다고 한다. 새벽에도 차로 한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쿨 노래를 따라 부르며 집 앞까지 바래다주었다.

 

집으로 들어가며 난 결혼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다음 날 오전에 "잘 잤어?" 카톡까지 완벽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난 오징어처럼 바짝바짝 메말라가기 시작했다.

 

 

 

 

 

 

👉🏻 GUY#2 : (2)긴가민가 할 땐 아닌겁니다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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