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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내가 끊임없이 사랑을 찾아나선 이유

내일 모레 기어코 서른이 된다.

첫 연애를 스무살 즈음부터 시작했으니 약 10년간 연애있는 삶을 살아온 셈이다.

썸, 연인 관계,  그저 스쳐지나간 인연까지 포함한다면

10년의 시간 중 솔로로 보낸 시간은 약 1년 정도이지 않을까 싶을정도로 난 줄기차게 누군가와 사랑에 빠져있었다.

친구들에게 '내 유일한 취미가 연애야'라고 말해온 인간답다.

 

연애는 재미있다.

나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누군가를 보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고 서로의 마음의 크기를 더듬어보는 그 과정도 설렌다.

똑같은 일상일지라도 연애와 함께한다면 핑크빛이 더해진다.

혼자 보내는 주말보다 연애하는 주말이 더 흥미진진하다.

업다운이 크게 없는, 아니면 회사일로 다운되기 십상인 내 삶을 아드레날린과 함께 치솟게 해준다.

 

연애 중인 상태는 안정감을 준다.

(여기서 나의 결핍이 드러나겠군. 후후.)

나에 대해 말하게 될 때 "남자친구 있어요"라고 하는 편이, 더 완성된 느낌이 들었다.

직장이나 학벌처럼 '남자친구'라는 요소가 갖추어졌을 때 내가 당당하고 온전한 느낌을 받았다.

연애를 안하는 자 = 못하는 자 = 매력 없음 = 무언가 하자가 있는 자

라는 공식에 빠져있었다. 

 

스킨십을 좋아한다.

껴안고, 쓰다듬고, 꼭 붙어있는 것을 좋아한다.

오랜 연애를 마친 뒤 가장 인상깊게 남아있던 감각은 내 몸 위에 있어야할 무게감의 부재였다.

 

나는 늘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 봐야 아는 스타일이었다.

현명한 사람들 혹은 자신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굳이 겪어보지 않아도 경험에 대한 호불호를 판단할 수 있는 것 같다.

난 내 시간을 존중받는 것이 좋아, 아니면 나는 남자친구가 반드시 나를 집에 데려다 줬으면 좋겠어 등등.

현명함과는 거리가 먼 난 직접 당해가며(?) 취향을 깨치는 편이다.

'어우, 당해보니 그래도 끼니 때 내마다 안부는 궁금해 해줬으면 좋겠더라.'

'집콕 데이트만 해보니 추억이 안 쌓여. 억지로라도 여러 데이트를 해야해.'

매 연애마다 피눈물을 흘리며 나름의 교훈을 얻어왔다.

 

상대와의 미래를 그려보면, 내 미래의 결핍이 메워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굉장히 야망가의 남자에게 끌리는 편이다. 

직장만 있어서는 안되고, 자신의 커리어를 야심차게 이끄는 성향에 매력을 느낀다.

이런 부분이 없으면 굉장히 따분하고 존경할 거리가 없다고 여겼다.

야망남들의 목표는 '직업적 성공'과 '많은 돈'이었다.

소소한 삶을 지향하는 내가 절대 가지지 못할 두 가지. 하지만 노후를 생각했을 때, 있으면 꽤나 좋겠다 싶은 것들.

난 누군과 관계를 맺을 때 무조건 그 사람과의 결혼을 그려보는 편인데, 야망남들과의 미래를 그려보면 참 근거도 없이 부유해지는 느낌이었다.

재태크를 모르는 내가 더 모른 채로 남아있어도 될 것 같았고, 어른이 되면 응당 해내야할 재산 관리 같은 것도 잘 맡아주겠지- 싶었다.

그리고 헤어질 때 이런 미래가 함께 깨지기에 더 슬펐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끊임없이 사랑을 찾아온 이유는, 나의 게으름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 시간을 잘 보내는 것엔 노력이 필요하지만 둘이서 시간을 보내는 것엔 별다른 노력이 필요없다.

그냥 나가서 밥먹고 영화만 봐도 재밌으니까.

내 결핍을 차근차근 메우기 보다는 상대방의 환상을 빌려와 메우는 편이 훨씬 손쉽고,

찬찬히 나 스스로를 탐색하는 것보다, 누굴 만나서 우당탕탕 깨치는 것이 생각이 덜 드는 방법이니까.

 

이번 이별 후에는 단순히 슬퍼하지만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나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는 중이다.

나는 또 어떤 결핍을 메우기 위해 혹은 어떤 자극을 얻기 위해 사람을 만나게 될까.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은 나의 어떤 면을 드러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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