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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



라라랜드 / Damien Chazelle




"우리는 재즈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거야"


영화가 끝난 후에 남자친구 손을 붙잡고 이런 저런 감상을 나누다 한 얘기다.


세바스챤이 미아에게 재즈를 설명해주는 장면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기억에 의존하는거라 확실치는 않지만, 대충 이런 맥락 아니었나 싶다.


재즈는 편히 흘려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아니야.

다음에 놓일 음 하나 하나를 선택하며

함께 연주하는 사람과 경쟁 하고 또 화음을 이루면서 치열하게 진행되는 음악이야.


이 장면을 보고 영화의 음악 장르가 반드시 '재즈'여야 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세바스챤과 미아는 자신 앞에 놓인 길을 선택해간다.

꿈 대신 타협을 선택하고 도전 대신 도망침을 선택한다.

이야기는 단 한번의 선택으로 끝나지 않는다. 

인생과 음악은 계속되어야 하고 그들은 끝없이 비틀거리며 무언가를 선택한다.

도움을 주는 사람을 만나고 상처주기도 한다.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온 그들의 발자욱은 단 한 번도 연주되지 않은 음악이 된다.

고유하다. 누구의 인생과도 같지 않다.

그리고 모든 음이 그들의 선택에 의한 것이다.


영화 후반부에서는 그들이 '이 음'이 아닌 '저 음'을 연주했을 때의 모습을 보여준다.

조금은 뻔한 '우리가, 만약, 이랬으면, 어땠을까?' 에 대한 답인데

너무 당연하게도, 전혀 다른 음악이 된다.


꽤 많은 연인들이 이 영화를 보고 싱숭생숭해졌다는 후기를 봤다.


지금 손을 잡고 있는 너와 내가 '운명'이라고 믿었는데

단순한 우연 혹은 '선택'의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허무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테다.


나는 오히려 더 감사해졌다.

어차피 내가 내 앞의 단 한 걸음만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수많은 위태로운 걸음의 결과가 지금 내 옆의 이 사람이라면 

그건 운명보다 더 귀한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손등을 꾹꾹 쓰다듬으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자칫하면 못 만날 수도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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