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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적인 삶 / 이서희

정말 달콤하지만 나에겐 너무 해로운 그와의 관계를 어떻게든 소화시키고자

이 책을 골랐다.

 

바람처럼 자유로운 작가의 연애관을 수용해 좀 더 쿨해져보려다가도,

내가 하고 있는건 '연애'조차 아니라는 생각에 미쳐 또 한 번 자괴감이 드는 것이 반복되었다.

 

그와의 관계에 대해 꽤 여러 명의 친구와 얘기를 나누었다.

자주 반복되었던 얘기 중 하나는, 우린 꼭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봐야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상대가 소위 말하는 '쓰레기'(똥)인게 눈에 훤하지만 기어코 그 똥을 입에 가져가고야 마는,

나는 그런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 아직 미련이 남은 경우는 나의 똥 섭취량이 충분치 못하다는 걸 뜻한다.

아직 덜 당했다. 똥을 더 먹어봐야 정신을 차릴테다.

 

예전 남자친구와 헤어져야할 지 말 지 한참 고민을 하며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굉장히 인상깊었던 건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답변이었다.

무슨 물은 답을 알고 있다냐며 깔깔거리며 웃고 넘어갔지만 진짜로 그랬다.

그와의 이별에 대해 갈팡질팡 했던 건 아직 미련이 남아 내 마음 정리가 되지 않았던 때문이었다.

어느 순간, 특별한 계기가 있던 것도 아니었건만, 이별에 대한 확신이 섰다.


"사랑이 끝나는 순간은 당신이 나를 원하는 만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 안의 무언가가 비로소 마감을 알리는 신호를 보낼 때에 찾아왔다. 그것은 비장한 마무리일 때도 있었지만, 바람이 대기에 스며들 듯 아주 자연스러운 움직임이기도 했다. 남김없이 사랑한 뒤의 결말은 대체로 편안했다."


아무리 그와의 관계가 인스턴트여도 난 아직 마감을 알리는 신호를 보내거나 받지 못했다.

그러니 당분간은 꾸역꾸역 똥을 먹으며 이 시기가 흘러가도록 버텨볼 생각이다.

내가 이만큼이나 그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자존심 상하지만, 그와 마지막 만나는 날의 시나리오도 만들어두었다.

다음의 만남이 마지막 만남인 것으로, 내가! 정했다. 이것만큼은 제발. 

'나는 앞으로 너와 더 연락하거나 만나지 않으려고 해. 이런 애매한 관계가 내 정신건강에 썩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거든. 너가 좋고 너와의 시간은 즐거웠지만, 아무튼 여기서 멈추는게 좋을 것 같아."

 


"마음이란 참 이상해서, 자르면 잘라지고 돌아서면 돌아서진다. 미련이 남는 것은 대체로 뒷맛을 즐기고 싶어서일 때가 많다."


"행복에는 당당하고 불행에는 겸허해야 한다.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겸손해할 필요도 없지만, 나만큼 불행한 사람은 없다는 듯이 치졸해지는 일도 피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행복과 불행에 솔직해지는 일이다. 우리는 얼마나 자신의 행복과 불행을 타인의 가치를 빌려 바라보는가. 이만큼이면 나도 행복한 게 아닐까. 이 정도는 남들도 참고 살지 않을까. 그러는 동안 어느새 타인의 시선은 내면화되고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된다. 바로 그 지점이 우리의 삶이 고유의 열정을 잃게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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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싶어 놀았고 숨고 싶어 숨었다. 한 시기가 끝나면 다른 시기가 온다. 새로운 시기가 온다고 해서 그 이전의 시간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또 다가오는 시간을 외면할 이유도 없다. 억지로 연장해 간다고 해서 끝난 시기가 이어지지는 않는다. 본질은 변했고, 거기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문제다. 그래서 삶은 흥미롭다. 이처럼 꿈틀거리고 역동하는 유기체를 표본에 맞춰 박제하듯 걸어 놓고 사는 것은 어마어마한 낭비가 아닌가. 삶은 보여주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살라고 주어진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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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지나간다. 나의 육체도, 당신의, 그들의 육체도 모두 허물어질 것이다. 마음을 붙잡으려 하지 말고 그저 지나가도록, 모두 지나갈 수 있도록 놔두어야 한다.   그렇게 나는 지나가고 있다. 더 이상 그곳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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