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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A선배와 B선배

<A선배와의 대화>


"선배, VCR 가편친 것 좀 봐주세요"

"응 보자. 어 뭐 이런 것만 좀 더 추가해서 넘겨."

"네네 수정하면 한번 더 보여드리고 종편 넘길게요."

"안보여줘도 돼. 대충 해서 넘겨."



<B선배의 잔소리>


"가수 한명 한명씩 다 찍어. 가서 찍든, 찍은거 받든."

"무조건 다 찍어. 아끼면 똥 된다니까. 다음 행사 때 걔네를 찍을 수 있다는 보장이 있어? 없어. 지금해 지금." 




A선배와 일하는건 편하다.

슥, 척, 탁 하면 된다. 하지만 참 매력없다.

나름 고생한 것 같은데 행사가 끝나고 별 감흥이 없다. 아, 일 하나 지나갔구나- 싶다. 마음에 남는게 없다.


반면에 B선배와 일하면 참 괴롭다고들 한다. 피곤하다고.

정도를 모르고 완벽함을 추구해서 모든 스태프들이 지쳐 떨어져나간다고. (아직 난 ING중이라 피본적은 없다)

최선과 최고. B선배를 설명할 때 반드시 나오는 두 단어다.


내가 B선배를 멋있다고 여기는 이유는 따로 있다. 

B선배는 일에서 의미를 찾게 해준다. 

재미있고 보람차다가도, 한번 마음이 붕 뜨면 세상 무의미해 보이는게 일이다.

"이걸 해서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수많은 직장인의 한탄도 여기서 나온다.

B선배는 뜨겁게 일한다. 식을 틈이 없어 팀원들이 다들 불구덩이 속으로 함께 빨려들어간다. 

불지옥이지만 가슴에 깊게 남는다. 내가 이걸 해냈구나- 뿌듯함을 안겨준다.


업계에서 B선배의 이름은 반드시 팔린다. 안될 것도 그 사람의 이름을 대면 풀린다. 

쉬운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사람들은 다 알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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