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GUYS I MET

GUY#4 : 남자의 키, 과연 장장(長)익선일까?

@몰라몰라 2021. 9. 2. 20:56

흑화한 틴린이와 매치된 사람은 프로필에 아무 정보가 없는 사람이었다. 코드 참 특이하다싶은 유머짤만 가득했다.

경험상 이런 사람들은 '안녕하세요:)' 따위의 젠틀한 인사를 건네지 않는다. 훅 들어와버리는 편. 뒷모습으로 해둔 내 프로필 사진을 보고 건네온 첫 마디는,

"머리가 좀 큰 편이야?"

 

이거 완전 또라이새끼 아니야 낄낄낄-하며 얘기를 나누는데, 의외로 대화가 잘 통했다. 아무런 기대가 없어서였겠지. 집 근처에서 가볍게 치맥이나 하기로 했다.

만나기 전 들은 그에 대한 정보는

첫째, 키가 무지 크다는 것. 190이랬나 195랬나, 아무튼 내가 태어나서 처음 접해보는 레베루의 키였다.

둘째, 머리를 빡빡 깎았다는 것. 꽤나 놀았던 과거 시절을 지나, 지금은 모든 것에 초연해져 머리 깎고 아르바이트나 하며 지낸다고 했다. '빠박이를 고용해주는 커피숍이 있다고?' 혼자 놀랐었다.

 

직접 만나본 190대의 남자는, 음.. 뭐랄까.. 조금 비현실적이었다. '어.. 거인족..?' 내가 느낀 첫인상이었다. 긴 팔다리를 휘적휘적하며 걷는 걸 보면, <왕좌의 게임>에 나온 야인족 거인이 자꾸만 떠올랐다.

참고로 나의 키는 163이다. 30cm밖에 차이 안나면서 호들갑떤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남자 키 크면 좋지~ 180대 남자 훌륭하지~ 생각하다가 진짜 큰 남자를 보니 조금 징그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미안해ㅠㅠ) 가슴 큰 여자를 좋아하던 남자가, 진짜 찐왕가(한 F컵?)를 실물로 봤을 때 느끼는 이질감이랄까... 

 

치맥도 먹고, 일본라멘도 먹고, 집에서 DJ영상 크게 틀어놓고 시덥잖게 시간을 함께 보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남녀 사이에 친구는 없다.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각자가 원하는 바가 뚜렷하게 드러나곤 했다.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키가 너무 큰 남자는 어떤 포지션을 취해도 조금 불편했다.

 

흑화한 채 만남을 시작했고 아무런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제법 산뜻하게 인연이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이 짧은 인연만으로도 마음에 어떤 생채기가 남는 걸 느꼈다. 또 한번 느끼지만, 가벼운 만남은 내가 취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었.

 

결국 그 고리타분한 진심을 가지고 다시 틴더에 뛰어들었고,

지금 돌이켜보면 아찔해지는 '집소개팅'이라는 걸 해보게 되는데....

 

 

 

👉🏻 GUY#5 : 작은 고추는 맵지 않다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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