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GUYS I MET

GUY#8 : (1) 여자친구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 남자를 만날 때

@몰라몰라 2023. 7. 15. 15:28

모든 조건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이목구비가 진하지 않은 내 스타일의 얼굴.
큰 키.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까지.
옷을 벗고 의자에 나른하게 누워있을 때는 다비드상 몸매 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깊은 고민과 열정도 있었다.
나와 만나기 얼마 전 이직을 했고, 주말에도 취미삼아 코딩을 한다고 했다.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이 확고했다.
훌쩍 캠핑을 떠나곤 했고, 매일 아침 5키로를 뛰거나 헬스를 했다.
음악에도 그만의 취향이 있었다.
빔프로젝터에 라이브영상을 틀어놓고 거실의 캠핑 의자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것이 그의 휴식방법이었다.

 
그는 몸과 마음이 ’너무‘ 건강한 사람이었다.
자신감이 굉장했고 자신만의 확실한 페이스가 있었다.
아마 그는 단 한번도 내 눈치를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메타몽 같은 내가 속수무책으로 그의 페이스에 맞추어질 수 밖에)
 
나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 증상(?)은 여러가지로 나타났다.
 
우리는 집이 가까웠다. 걸어서 15분 정도. 그러나 90%이상은 내가 그의 집으로 간 것 같다.
그의 집에서 놀다가도 우리집에 놓고 온 중요한 약을 가지러 잠시 집에 들를 때, 그는 한번도 함께 가주질 않았다. 늦은 밤 약을 챙겨 다시 그의 집으로 가며, 내심 많이 서운했던 기억이 난다.
 
여자 지인들이 많이 있는 모임에 나갈때 미리 얘기해주지 않았다. 내가 내 친구들 만나는데 굳이 왜? 라는 마음가짐이었을까.
본인의 친구들이 날 궁금해한다며 대뜸 영상통화를 걸어왔는데, 서너명의 누나들과 함께 있는 자리여서 놀랐던 적이 있다.
“우리 ㅇㅇ이 잘 부탁해요~”라고 하는데 그 자리에선 “아, 네네!” 웃으면서 정신없이 대답해놓고, 왜 내가 다른 여자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하는건지 전화를 끊은 후에야 기분이 확 상했었더랬지. 
 
이런 소소한 일들로 알게모르게 생채기를 입다가, 그의 ‘이 말’로 인해 나는 결국 마침표를 찍게 된다.
 
평화로운 주말 오후, 그의 거실 캠핑 의자에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결정사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로 주제가 흘렀다.
그 앞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가 이렇게 말한 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근데 넌 결정사에서 만나도 결혼해서 잘 살 것 같아.“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내게 한 이야기다.
 
 
 
 
 
👉🏻GUY#8 : (2) 사랑의 완성은 결혼일까?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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