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이 유우의 머리카락이 부럽다.
고등학교 시절에 한 여자애를 흠모했다.
제 멋대로인 성격이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참 매력적인 구석이 있었다.
구두, 가방, 핸드폰 고리부터 특유의 말투, 손버릇까지 나는 그 애가 참 근사해보였고 몰래 그 애를 따라하기도 했다.
그 중 가장 부러웠던 건 그 애의 머리카락이었다.
허리까지 오는, 길고, 가늘고, 부드럽고, 적당히 숱없는 머리카락.
나는 그 시절 유행이었던 울프샤기컷을 하고 있었다. 곱슬기가 더해져 잔뜩 부스스한, 진짜 울프컷.
그 애를 따라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 때부터 나는 가늘고 긴 생머리를 동경하기 시작했다.
그냥 생머리를 원하는게 아니다.
전지현의 생머리는 나의 로망이 아니다. 너무 건강하고 윤기있다. 숱도 너무 풍성하다.
내가 원하는 건 아오이 유우 쪽이다.
살짝 힘 없어 보이는 보스스한 느낌의 생머리.
현실에서는 발레를 하는 분들이 이런 머리를 많이들 가지고 있더라(라는 나름의 유사과학을 도출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로망을 품고 살아온 나는 곱슬머리를 가지고 생머리인 척 애쓰며 살아가는 중이다.
머리 숱이 원체 많은 데다가 곱슬기도 심한 편이라 1년에 두세번씩 볼륨 매직을 해주고 있다.
볼륨 매직은 만만찮은 일이다. 한 번 할 때마다 3-4시간이 걸리고 돈도 20만원 정도 깨진다.
하고나면 하루이틀은 머리를 감지 못하기 때문에 주도면밀하게 스케줄을 짜야한다.
자국이 날까봐 일주일간은 머리도 제대로 묶지 못한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이 짓을 해왔으니 꼬박 10년이다.
아무튼 그래서 내 주변 사람들은 내가 곱슬머리인지 잘 모른다.
볼륨 매직을 새로 해도 그 전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크게 알아채지 못한다.
피나는 노력의 결과다.
손가락으로 머리를 샥 쓸어넘기는 건 사람들이 놀려대는 내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생머리인척 청순하게 넘기며, 손가락 끝으로 곱슬이 얼마나 올라왔는지 더듬는다.
돼지꼬리가 다시 올라온다. (곱슬머리라면 이 말 뜻을 알 수 있을테지.)
마지막 볼륨 매직을 한 지 벌써 3개월이 지났으니, 다음 달엔 뿌리매직을 해볼까 한다.
10년간 조져도 끝 없이 나오는 곱슬머리가 신기하면서도 참 얄궂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