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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위의 백조

@몰라몰라 2018. 8. 23. 02:08

지난 1년 반 동안 생방으로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TV로 봤다. 저녁으로 쌀국수를 후루룩 퍼먹으며.


같은 화면을 부조에선 참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봤었는데.

"어? 한다한다!" 하면서 티비를 틀었고 "잘먹었다" 하면서 껐다.

참 쉽고 간단하고 평화롭고 재미있었다.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난리를 칠 때 아빠가 그랬다.

"넌 호수 위의 백조"처럼 살라고. (살아야 한다고 했던 것 같기도.)

그땐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고 눈물 닦느라 바빴는데 오늘 그걸 느꼈다.


불과 저번주까지 그 팀에 있을 때는

참 쉬운게 없었고 간단하지 않고 재미를 느낄 틈이 없는 전쟁터 같았다.


안 그런 세상일이 어디있겠냐만은 유독 이 일이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의 웃음을 위해 혹은 흐뭇함을 위해

울고, 머리를 쥐어뜯고, 달리고, 또 울고.


여전히 백조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확신이 없다.

지금은 아무튼 그냥 겁나 갈퀴질을 하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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