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을 갖게 되어 좋은 점
출근한 지 정확히 24일이 됐다.
오늘 아침에 월급을 받았는데
'도대체 나한테 왜 월급을 주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만큼
여전히, 딱히 쓸 데 없이, 무언가를 배우는 중이라고 나를 위로하며 사무실에 출근한다.
달라진 점은
"역시 사람은 직업을 가져야 해" 라는 시건방진 소리를 하게 된건데
직업을 갖게 되어 좋은 점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학생 때는 무엇을 해도 화살표의 끝이 나 자신을 향했던 것 같다.
책을 읽는건 나의 발전을 위해서.
공모전에 나가기 위해 뭘 만드는 건 나의 스펙을 위해서.
그런데 갑작스레 '사회인'이 된 후에는 그 화살표가 내가 아닌 타인을 향하게 된다.
이 보고서는 팀장님 보여드릴 것, 혹은 이 영상은 시청자들이 볼 것,
하다못해 내가 호치케스로 열라 찝고 있는 이 서류는 카메라 감독님이 보실 것.
그러다보면 깨닫는다.
내가 심드렁하게 보고 있는 이 것도 누군가가 고민 고민하며 만들었겠구나.
심지어 화장실 문 앞에 붙어있는 경고 문구조차
누군가 문구를 생각해내고, 어느 단어에 어느 색깔을 넣을지 고민하고, 타이핑하고, 프린트한 뒤, 오려서, 붙였을 것 아닌가!
그래서 감사함을 느꼈다.
얼핏 지루해보이는 이 모든 광경이 거저 만들어진게 아니라는 걸 알게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로도 받았다.
베테랑들이 나름 치열하게 만든게 저 정도라면
난 더 잘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히히.)
+
아, 그리고
'이' 직업을 가져서 좋은 점도 많이 느낀다.
표준이 되길 요구하는 여타 직업과는 달리
너만의 것, 너만 잘할 수 있는 것, 너의 (직업적)개성을 찾으라고 독려하는 혹은 밀어붙이는 곳이 여기인 것 같다.
이게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나의 인생을 놓고 보았을 때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우선 든다.
선배님들이 젊어 보이는 이유가 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