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인생의 이야기 / 테드 창
이럴 때 이런 책
-SF에 입문하고 싶은 사람 & SF의 끝장을 맛보고 싶은 사람
-자유로운 생각 혹은 영감이 필요할 때
-'천재의 머릿속은 이런건가' 엿보고 싶을 때 (부러움으로 부들거릴 수 있는 건 덤!)
전 SF에 S자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유일하게 읽었던 SF책이 마션(....).
온 국민이 영화로 보거나 책으로 읽었다는 그 마션을 제외하고는 이 쪽 책을 읽어본 적이 없어요.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은 이유도, 리디북스의 리뷰가 너무 좋았기 때문입니다...!
즉 우연히 얻어 걸렸다 이 말이죠.
이 우연에 감사해야 할 지경입니다
<바빌론의 탑>
첫 단편 <바빌론의 탑>부터 그 세계관에 입을 떡 벌리며 감탄했습니다.
그 왜.. 흥분하면 코 뻥 뚫리잖아요. '오옷!' 하며 코가 뻥 뚫렸다니까요? 진짜루. 헤헿
다양한 SF영화에서, 특히 우주라는 공간을 통해 시간을 이어 붙여놓는 경우는 많잖아요?
바로 떠오르는 <인터스텔라>에선 과거와 현재가 만나고
아, <인셉션>에선 꿈과 현재가 만나기도 하네요.
이 단편에서는 공간이 뒤얽힙니다.
<바빌론의 탑>은 1층에서 꼭대기까지 꼬박 4달이 걸리는 어마어마한 높이의 탑입니다.
하나님게 도달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차곡차곡 쌓인거죠.
"탑 꼭대기에서 살면서 벽돌을 쌓는 벽돌공들이 실수로 벽돌을 하나 떨어뜨리면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울부짖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 그 벽돌 하나를 꼭대기까지 가져오려면 넉 달이나 걸리기 때문이라나. 하지만 직공 하나가 탑에서 떨어져 죽어도 아무도 신경을 안 쓴다는 군. 그게 정말이야?"
문지기들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 중 한 사람이 큰 소리로 물었다.
"하늘의 천장을 파고들어갈 그 광부들인가?"
"그렇소."
이 짧은 소설의 세계관은 "하늘에 끝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 간지나는 광부가 그 하늘의 끝을 깨기 위해 탑을 오릅니다.
그리고 마침내 곡괭이로 하늘의 끝을 깨어 그 너머로 들어가게 되는데요,
그 곳엔.....!?!?
그 이상은 스포가 될테니 읽어보세요.
<지옥은 신의 부재>
전 공식적인 종교는 없습니다.(다만 엄마 따라 절에 가면 절도 하고 밥도 먹고 하긴 해요.)
오히려 현세보다 내세에 집중하는 종교에 회의적인 편입니다.
이 단편은, 옮긴이의 말을 빌려보면, "기적과 천사들의 시현이 일상화된 세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 아파트 옆에 천사가 막 강림하고 그러는 겁니다.
종교가 주는 이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모순은 더욱 극대화됩니다.
과거에는 천상의 빛이 정말로 구원을 가로막는 모든 영적인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은 사람들도 있었다. 이것을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베리 라센 사건이었다. 연쇄 강간범이자 살인자였던 그는 갓 죽인 희생자의 시체를 처리하던 중에 천사의 강림을 목격하고, 천상의 빛을 보았다. 라센의 사형이 집행되었을 때 그의 영혼이 천국으로 올라가는 것이 목격되었고, 희생자들의 가족들은 이 사실에 격분했다. 성직자들은 가족들을 위로하며, 천상의 빛이 비친 순간 라센은 인생의 몇 배는 되는 속재를 했을 것이라고 - 이 주장에는 아무런 근거도 없었다 - 장담했다.
영화 <밀양>이 생각나지 않나요?
하지만 이 곳은 '신이 엄연히, 눈에 보이게 존재하는 세계'이기 때문에
인간들은 좋든 나쁘든 모든 결과물에 대해 신의 의도를 끊임없이 묻는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이선이 주장하는 것은 오해에 입각해서 신을 사랑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신을 사랑하고 싶거든, 신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그를 사랑할 준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은 의롭지 않고, 친절하지도 않고, 자비롭지도 않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신앙심을 갖추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
아니, 의롭지도 않고 친절하지도 않고 자비롭지도 않으면 왜 '신'이라는 존재를 사랑해야 하는 걸까요?
(친구도 저 3개 중 1개는 충족해야 친구삼을 판에..)
아무튼 닐 역시 시종일관 삐딱한 시선으로 신을 바라봅니다.
그가 신을 사랑해야 하는 유일한 이유는 벌써 천국으로 가버린 그의 부인, 사라를 만나기 위해서죠.
그래서 닐은 천사들이 자주 강림한다는 성지 한 가운데로 갑니다.
이 때의 장면은 거의 매드맥스 급. 인상에 강렬하게 남더라고요.
결론이 참 충격적이면서도 모호합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할 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 끝나버리는데요.
아무튼 이 역시 그 이상 말하는 건 스포이기 때문에 이제구만.
이 이외에도 신박한 세계관 너무 많습니다.
어쩔 땐 너무 신박해서 이해를 못할정도 였는데요.
제게 좀 버거웠던 편은 <일흔두 글자>.
집중을 못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문과생.. 한글로 된 단어부터가 낯설...
천재 작가님 리스펙 하며 사진으로 마무리합니다.
누가 봐도 천재.jpg
p.s
앗 그리고 사진 고르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요!
이 분 전업 작가가 아니시랍니다. 이 분이야말로 취미로 글 쓰시는 분..
열폭.. 부들부들....ㅋㅋㅋ